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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학습을 내고 아이들과 할머니 할아버지 모시러 전주에 갔어요.

그리고 할머니 집에서 자고 싶다는 아이들의 소망이 있어서 한밤 자고 모시고 올라왔지요.

우리집에서 서울병원으로 모시고 가야 해서 이른시간 아침을 먹었습니다.

아빠는 후다닥 식사를 마치시고 약을 드신 후 방으로 들어가 옷을 다 입으셨는데  엄마는 뭘 드시는 것도 힘들어 하시네요.
겨우 한숟가락 국에 놓아 드시더니 약을 집으시네요.
그리고 정말 먹기 싫은 듯 약을 뜯어 손에 쥐고 그것을 바라보시더니 고개를 들어 저를 바라보시더라구요.

아주 화가 난 표정이어서 깜짝놀랐어요.
엄마를 화나게 할 만한행동을 하지 않았는데...
엄마의 표정에 순간 긴장했어요.
혹시 이상한 소리 하실까봐요.

엄마가 손안에 들어있는 약을 내미시며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사람을 얼마나 깔봤으면 약도 내맘대로 못 먹게하고 이렇게 자기 맘대로 챙겨 준다니까. 약정도는 나도 알아서 먹을 수 있는데 약봉다리를 자기가 꽤차고 나에게 주려고를 안해.
약조차도 내 맘대로 못 먹으니 얼마나 화가나는지 몰라"
그러시면서 컵을 들어 물을 한모금 마시고 약을 넣고 꿀꺽 삼키시더라구요.

엄마 사정을 모르시는 분은 아빠의 행동이 참 다정하다고 생각할지 몰라요.
그런데 우리 엄마의 지나온 삶을 보면 우리 엄마 입장에서는 당연히 무시당한다는 느낌 받고 살았을 거에요.

우리아빠 연세 93세
우리엄마 연세 90세
우리 엄마 22살에 시집 오셔서 68년 아빠랑 함께 하셨는데 68년중 40년은 술취해서 때리는 남편과 살았고 나머지 28년은 술은 끊었지만 독재와 무시속에서 사셨지요?
저희 아빠가 좀 잘나셨거든요. 아빠는 그 당시 고등학교를 졸업하셨고 엄마는 학교 교문만 몇번 지나치셨으니...

학교를 너무 다니고 싶었는데 외할아버지가 학교가면 일본놈들이 잡아간다고 학교를 안 보내셨데요.

그리고 양반집 규수가 집에서 배워야 할 것들을 배웠디지요.

옷만드는 법, 살림하시는 것등을 배웠데요.

93세이신 아빠는 그러시네요. 약을 안 챙겨주면 약을 안 먹어서 꼭 챙겨 줘야 된다고요.

(할머니 할아버지 모시로 가서 한 컷)
두분다  틀린 이야기는 아닌데 90세를 넘기는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왜이렇게 가슴이 먹먹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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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공간 2021. 10. 5. 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