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찍는 발자국

엄마가 저를 자랑하려고 저에게 전화하셨네요.

아이공간 2020. 11. 14.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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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가 저희 집에 안 오시는지 거짐 1년이 되었습니다.
너무 걱정이 되어서 저번 주 목요일에도 내려가고 이번주 목요일에도 내려갔습니다.

반찬을 만드는 것이 귀찮은 불효녀는 이것저것 반찬을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드렸습니다.
해드린 음식을 좋아하시는 것을 알면서도요.

엄마가 그러시더라고요.
"니네 아버지가 변했어야. 그렇게 고기를 좋아하시더니 요즘은 입에 넣으려고도 안하시고 밥도 잘 안드셔야. 나도 밥먹기 싫어서 니네아버지 밥 안먹으면 나도 안먹어버리고 잔다니까. 그래도 배가 고프지를 안어야."
엄마의 말씀을 듣는데 가슴이 너무 찡하고 아프더라고요.
예전에 엄마가 저에게 그러셨어요.
젊을 때 꾸미고 다니고 젊을 때 먹고 싶은 것 먹으라고요.
그때만 해도 저렇게 기력이 없지는 않으셨는데...
"엄마 우리집에 올라가시게. 우리집에 오시면 그래도 드시잖아."
"나야 그러고 싶은데 니네 아버지가 코로나 무섭다고 올라 가려고를 안하는데 어쩌겠냐?"
그냥 짠하더라구요.
엄마도 짠하고 아빠도 짠하고..

언제부턴가 전주에 내려 갈때마다 엄마가 그러셨어요.
" 너네 아버지가 니가 담은 양파짱아지를 잘 드시니까 양파장아찌 좀 담궈라."
"알았어요."라고 대답만 해놓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게으른 불효녀...

이번에도 사다 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우리집에 오시면 양파짱아지를 잘드셨던 아버지 모습이 떠올라 도저히 안 되겠더라구요.

그래서 문 앞에 앉아 울면서 양파 껍질벗겼어요. 그리고 씻어서 드시기 좋게 썰어 간장,설탕,물,식초를 끓여 통에 부었지요.
그리고 올라오는 토요일 아침 다시 끓여서 식혀 양파와 간촛물을 부어 드실것 꺼내놓고 냉장고에 넣었어요.
" 엄마 양파 짱아지 지금드셔도 돼요."
그리고 양파 짱아지를 잊었지요.

그런데 2주가 지난 오늘 엄마가 전화를 하셨어요.
" 잘갔다 왔냐? 니네 아버지가 니가 만들어 놓은 양파짱아지에 매일 밥을 드신다. 신기해야. 그렇게 밥을 안먹더니 간장 국물에 양파에 드신다니까. 야야 고기 사 온 거 보다 훨씬 좋더라. "라고 하시더라고요.
울 엄마 고맙다는 말을 하시고 싶어서 전화를 하신 거 같은데 제 느낌에 딸을 자랑하고 싶은데 자랑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저에게 저를 자랑하려고 전화하신 것 같더라구요.
" 잘됐네 엄마. 더 해 놓고 올라올 것을 그랬네."
귀찮아서 작은통 하나 해 놓고 올라왔는데 그렇게 잘드신다고 하시니 후회가 밀려오더라구요.
"이것도 많어. "
"그래 오래두면 맛 없으니 다 떨어지면 다시 내려가서 해드릴게."
"니네 아버지가 율하율민이가 계속 자기집 가자고 한 것이 마음에 걸린가보더라. 겨울 한달정도 니네집에 가서 있다가 오자하시더라."
" 잘 생각하셨네. 다음주에 모시러 갈게."
"다음주면 괜찮긴 하겠다."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진짜로 올라오실 생각이 있으신 것 같은 답변을하시는 것을 보니.
그래야하세요.
율하가 할아버지 할머니 귀에다 되고 50번넘게 우리집에 가자고 노래를 불렀거든요.

" 알았어 엄마 다음주에 모시러 갈테니 준비하고 계셔요. 그리고 엄마도 식사랑 잘드시고."
"그려 알았어. 잘있다가 조심해서 내려와라."라고 전화를 끊으셨어요.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우리 아버지 이렇게라도 드시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님 아버지 ~
우리 엄마 아빠 돌아가시기 전에 꼭 예수님 믿을 수 있게 해 주시고 천국에서 만나자라고 믿음의 약속하고 돌아갈 수 있게 해 주세요.
이번에 올라오시면 할아버지 할머니께 복음을 전하도록 율하,율민이 다시 교육을 시켜야겠어요.


율하는 전화통화를 다 들어놓고 저에게 묻네요.
"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 올라오신데요. 그럼 모시러 가야겠네요. 언제갈까요?"
율민이는 " 진짜로 오신데요." 라며 박수를 치며 좋아하네요.
요즘 율민이 성장통중이라 아주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데 저런 모습은 너무나 좋고 너무나 고마워요.
고맙다 딸~ 고맙다 아들 ~그리고 짝궁님 제일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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