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는 새들과 친구를 먹어볼까?
봄에는 꽃과 친구를 먹고
여름에는 나무와 친구를 먹고
가을에는 주렁주렁 열린 열매들과 친구를 먹었습니다.
겨울에는 누구와 친구를 먹을까? ㅎㅎ
겨울에는 새들과 친구를 먹었습니다.
먹었다기 보다는 먹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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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시작되는 초입에 베란다 화분대에 작은 접시를 가져다 놓았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쌀을 한 컵씩 부어 놓았지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침 점심 저녁 상관없이 하루에 서너번 찾아오는 까치 친구들
뭐가 그리 두려운지 이리저리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접시앞으로 날아오더라구요.
그리고 뭐가 그리 무서운지 쌀 한톨 입에 물고 두리번두리번
쌀 한톨 목에 넘기며 두리번두리번
뭐가 그리 바쁜지 세네번 콕 쪼아 목에 넘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날아가네요.
새들은 참 이상해요.
나 같으면 주머니에
주머니가 없으면 손에
아니면 앞에 옷을 벌려서라도 쌀을 다 담아 갈 것 같은데....
새들은 몇번
쪼아 먹고 날아가네요.
입에라도 가득 담아가던지
아니면 배가 부르도록 배에라도 가득 담아가던지 하지.....
항상 몇 입 먹고 빈손으로 날아가요.
꼭 누군가를 위해 남겨두는 것처럼요.
처음에는 까치 친구들만 왔거든요.
그런데 어디서 살다 밥먹으러 왔을까요?
처음보는 새들도 날아와 친구가 차려준 밥을 먹고 가더라구요.
저와 율하 율민이는 새 친구들이 찾아올 때마다 새 친구들이 밥먹는 것을 구경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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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우리 아이들도 밥을 먹으러 나올 때는 반찬은 뭐냐고 묻는데...
새들도 쌀이 아닌 다른 뭔가를 먹고 싶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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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들이 전도용품으로 받아왔던 렌틸콩을 쌀 위에 뿌려주었어요..
우리 식구들은 콩을 좋아하지 않아서 새들에게 양보했지요.
"친구들 맛있게 먹어라"라고 손짓 하며 불렀는데 한 달 밥준 나를 잊어버렸는지 오늘 아침은 아무도 날아오지 않네요.
한달이나 우리집에 와서 밥을 먹었으면 곁을 내 줄만도 한데....ㅎㅎ
생각해서 한 행동인데 새들은 굶는 날이 되었네요.ㅠㅠ
이럴 때 참 아이러니 해요